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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민일보]즐거움 뿜어져 나와 작품이 되는 공간
  • 창동예술촌
  • 2020.10.08 15: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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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도민일보]즐거움 뿜어져 나와 작품이 되는 공간#1

    [경남도민일보]즐거움 뿜어져 나와 작품이 되는 공간#2

    [2020.02.21보도]

    보통 시민들이 작가와 만나는 곳은 전시장입니다. 작품을 매개로 결과물만으로 소통을 하죠. 문득 한 작품을 선보이려 수많은 시간을 보냈을 작업실이 궁금해졌습니다. 전시장에서 작품 앞에 머무는 시간이 짧게는 2∼3초, 길어도 30초를 넘기 어려운데요. 작가가 해온 작업들을 알고 작품을 보면 더 많은 게 보이지 않을까요? 작가의 작업실을 소개합니다.

    정은숙(60) 작가 작품을 처음 본 건 창동예술촌 작은 '쇼룸'에서다. 쇼룸은 갤러리와 달리 문을 잠가놓고, 창으로 작품을 볼 수만 있도록 해놓은 공간이다.

    손바닥 한 뼘 크기 소품들이 진열돼 있었는데, 화사하고 깨끗한 색감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작품을 한참 바라보다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잠시였지만 그날 처음 지은 미소였다.

    정은숙 작가 작업실이 있는 창동예술촌 마산예술흔적골목 '창동 아틀리에'를 찾았다. 이곳은 작가 4명이 함께 사용하는데, 분리된 각자 공간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처음에 입주하면서 수리를 했는데 당시 쓰레기 버리는 데만 100만 원이 들 정도였어요. 비도 샜었는데 많이 밝아졌죠?" 작가는 창동예술촌 원년 멤버다. 8년째 이곳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작업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역시나 알록달록한 색감이 눈에 띈다. 벽면은 작품으로 빼곡히 둘려 있고, 바닥에도 크고 작은 작품들이 곳곳에 놓여 있다.

    왼쪽으로 눈을 돌리니 작업 공간으로 보이는 커다란 탁자가 보인다. 색색의 물감과 크고 작은 붓, 작업 중인 캔버스가 어지럽지 않게 정돈돼 있다. 이젤과 팔레트를 보니 어릴 적 다녔던 미술학원 풍경이 생각이 나 정겨움도 느껴진다.

    쇼룸에서 봤던 작품도 있다. 봄꽃이 가득 핀 풍경처럼 보이는 작품에서는 싱그러움이 느껴진다. 정은숙 작가는 지난해부터 이 작업을 하고 있다.

    캔버스 위에 실을 고정하고, 그 위에 아크릴 물감을 덧칠해 완성하는 작품이다. 시리즈 제목은 'song of life', 삶의 노래다. 제목처럼 삶을 노래하는 듯한 기쁨을 전하고 싶은 작가의 마음이 담겼다.

    밝은 색감에 더해 구불구불한 질감이 리듬감을 만들었다. 보기에는 아기자기하고 예쁘지만 완성하는 과정은 쉽지 않다. 먼저 질감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실은 일반 실이 아니다. 작가가 부림시장에서 원단을 구입해 일정한 크기로 자른 후 일일이 뽑아낸 실이다.

    "깊이감을 주고 싶어서 여러 가지 오브제를 써봤는데 이게 제일 좋았어요. 일반 실을 쓰면 구불구불한 맛이 살지 않아요. 때에 따라 실을 완전히 풀지 않고 사용할 수도 있어서 활용도도 좋은 오브제예요."

    첫눈에 시선을 끌어당겼던 색감 역시 한두 번 붓질로 완성된 게 아니다. 적어도 10회 이상 덧칠을 해야 선명한 색감을 나타낼 수 있다. 작업 과정이 복잡한 까닭에 작품을 완성하는 데는 한 달 정도는 걸린다.

    작가가 질감, 즉 마티에르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이전 작업과도 연결돼 있다. 작업실에는 최근 작품들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대형 작품들이 있다. 바로 작가가 10년 이상 그려온 유화 작품들이다.

    유화 작업을 할 때 질감을 주고자 물감을 짤주머니에 넣어 짜고 뭉개는 작업들을 해왔기에, 깊이감을 중요시하게 된 것.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작가가 어떻게 20년 가까이 전업작가로 활동할 수 있었던 걸까. 사실 정은숙 작가의 전공은 '도서관학'이디.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는데, 당시 예술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았어요. 부모님이 원하는 대로 대학을 가서 직장에 다니다 아이 둘을 낳고 그만뒀어요. 이후에 취미로 미술을 시작했는데 스승을 잘 만났죠."

    정은숙 작가 스승은 남해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공태연 작가다. 마산에 있는 화실에서 그림을 배웠는데, 공 작가가 그녀의 외유내강 기질을 꿰뚫어보고는 유화를 추천했다고.

    스승을 잘 만나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았지만, 지금까지 온 것은 스스로 노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전공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끊임없이 공모전에 출품하며 실력을 쌓았다. 창동예술촌과 인연도 작가로 발전하는 큰 계기가 됐다.

    항상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보는 이들에게 행복을 전달하고자 고민하는 정은숙 작가. 그녀에게 작업실은 어떤 의미일까?

    "마음처럼 작업이 풀리지 않을 때는 힘들기도 하죠. 그런데 어릴 적 미술에 대한 갈망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은 작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100% 만족감을 느끼고 있거든요. 그런 점에서 작업실은 '즐거움과 기쁨을 생산하는 공장'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제야 작품과 첫 대면에서 미소가 흘러나온 이유를 알겠다. 함께 있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해주는 작가의 심성, 그리고 작업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작품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앞으로 그녀가 또 어떤 노래를 들려줄지 기대가 된다.

    ▼작업실 주소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서 6길 38 창동예술촌 창동 아틀리에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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