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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민일보]머무는 사람 따라 모습도 이야기도 다른 공간의 마술
  • 창동예술촌
  • 2020.10.08 15:3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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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도민일보]머무는 사람 따라 모습도 이야기도 다른 공간의 마술#1

    [경남도민일보]머무는 사람 따라 모습도 이야기도 다른 공간의 마술#2

    [경남도민일보]머무는 사람 따라 모습도 이야기도 다른 공간의 마술#3

    [2020.04.17보도]

     

    올해 2월 새 일터로 옮긴 네 팀
    목공·설치조각·북아트·3D 아트
    각자 개성 달라 구경 재미 쏠쏠

    실험실·아기자기한 방 같기도 

     

    공간이 주는 힘은 크다. 새로운 공간에 들어가는 것은 물리적인 내 위치가 달라진다는 것만 의미하지 않는다. 새로운 공기를 마시고, 새로운 이웃을 만나고,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는 모든 것을 포함한다. 공간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주인을 만났을 때 이전과는 전혀 다른 곳이 된다. 머무는 이를 따라 매무새가 달라지고, 풍기는 향기가 바뀌고, 품은 이야기도 변한다.

    올해 2월 창동예술촌에 입주한 4팀의 작업실을 불쑥 찾아갔다. 목공, 설치조각, 북아트, 3D 아트. 개성 강한 작가들만큼이나 다양한 색을 가진 작업실을 비교하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쏘잉마을-볕이 잘 드는 아지트

    입주작가: 남동화(66), 김미숙(50), 배찬득(47)
    위치: 창원 마산합포구 오동서6길 16-15

    쏘잉마을. 이름만 들었을 때는 바느질(소잉) 공예를 하는 곳인가 싶었다. 쏘잉마을은 스크롤소(실톱)를 활용해 목공예를 하는 곳이다. 스크롤소는 비교적 안전한 목공기계로 취미 목공을 할 때 많이 쓰인다.

    오후 볕이 잘 드는 화이트톤 작업실 한쪽에는 스크롤소가 있고, 중앙에는 테이블이 있다. 진열대에는 잘 다듬어진 목공예 작품이 놓여 있는데, 나무가 주는 따뜻함보다는 세련된 느낌이 든다. 우드카와 우드펜, 시계 등 작품은 도면을 붙인 나무판을 한 장 한 장 재단하고 이어 붙이는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남동화, 배찬득, 김미숙 작가는 지난해 창동갤러리 전시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쏘잉마을'이라는 밴드 회원인 이들은 목공예를 더욱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자는 뜻을 모아 창동예술촌 입주를 지원했다.

    특히 남동화 작가는 마산에서 태어나고 자라 창동예술촌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창동의 전성기와 쇠퇴를 본 그는 남다른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남 작가는 "예술촌 안에서 열정 있는 작가들이 열심히 활동한다면 얼마든지 살아날 수 있다"며 "창동이 문화예술을 통해 제2의 전성기를 이룰 수 있도록 열정을 쏟을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작은 인쇄소-새로움 시도하는 실험실

    입주작가: 양리애(50)
    위치: 창원 마산합포구 오동서6길 18

    양리애 작가는 지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작가다. 조각을 전공했으나 전통적인 조각이 아닌 설치조각을 주로 하고 있다. 최근에는 구리 와이어를 이용한 작품을 하고 있다.

    작업실은 2층이다.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받은 첫인상은 창고 같았다. 입구에는 각종 공구와 기계가 있고, 안쪽으로는 나무토막 등 짐들이 곳곳에 쌓여 있다.

    하나하나 뜯어보니 이곳은 창고도 작업실도 아닌 실험실이다. 구리 와이어뿐 아니라 털실, 나무, 솜, 각종 설치물, 판화 프레스 등. 끊임없이 새로운 스타일을 추구하는 작가의 영감을 실험해보는 곳인 게다.

    양리애 작가는 기존 작업실 절반 크기만 이용하고 있다. 좁지만 이곳을 택한 이유는 '함께하는 작업'을 하기 위해서다.

    그는 "만나서 뭔가 이뤄지는 게 작업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곳에서 골목을 주제로 시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획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작품을 위해 판화 공부를 하다 재미를 느껴 엽서 크기 프레스를 주문 제작했다. 작업실 이름이 '작은 인쇄소'인 만큼 이곳에서는 여럿이 참여하는 판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첫 페이지-소녀 감성 작은방

    입주작가: 조은교(50)
    위치: 창원 마산합포구 창동거리길 24-2

    '북아트'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팝업북이다. 그림이 입체적으로 펼쳐지는 책을 만드는 거로 생각했는데, 북아트는 그것보다 범주가 훨씬 넓다.

    국외에서는 시각예술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책 표지, 책장, 글씨 등 책이 가진 모든 요소를 활용해 무궁무진한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게 북아트다.

    기본적으로 책장을 접어 조각하는 형태가 있다. 북아트가 한국에 들어온 초창기 2006년 북아트를 배운 조은교 작가는 단순하게 책을 꾸미거나 책장을 접는 작업을 넘어 책을 뜯고, 필요한 글을 직접 쓰기도 한다.

    작업실은 '스페이스 1326'이 있던 자리다. 이전 갤러리 모습은 간데없고, 어느 소녀의 방처럼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조은교 작가는 작업실이 1층이라 작업 중 관람객들이 들여다보는 게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생소한 장르에 대한 반응을 즉각 받을 수 있어 좋다고 전했다.

    그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OT301' 사례를 보면 빈 빌딩이 무단점거한 예술인 덕분에 살아났다"며 "창동예술촌도 예술인들의 자발적인 활동으로 살아날 수 있도록 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3D WORK-첨단 예술 창작소

    입주작가: 박승인(40)
    위치: 창원 마산합포구 창동거리길 22

    최신 기술 3D 프린팅과 예술의 만남이라는 것만으로 눈길이 간다. 기계를 전공한 박승인 작가는 2018년부터 3D 프린터를 활용해 피규어 등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원하는 디자인을 입력한 후 3D 프린터로 출력하는데, 이후 다듬고 채색하는 과정은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그는 3D 프린팅을 알리고자 창동예술촌에 입주했다. 현재는 컴퓨터와 3D 프린터 몇 대만 둬도 꽉 찰 정도로 공간이 협소하지만, 위치를 옮기면 꼭 해보고 싶은 게 있다.

    박승인 작가는 "3D 프린팅이 생소하기 때문에 대중들과 거리감을 좁힐 수 있도록 3D 프린팅 카페를 운영하고 싶었다"며 "음료는 저렴하게 판매하면서 3D 프린팅 체험과 교육도 하고 싶다"고 했다.

    기존 작가들과 협업도 희망한다. 예를 들어 은으로 반지를 만든다면 도안을 그리는 대신에 3D 프린터로 모형을 만들어 보고 수정할 수 있다.

    3D 프린팅 매력은 뭘까. 그는 "기존 예술은 손재주, 기술이 필요한데 3D 프린팅은 아이디어만 있다면 누구나 작품을 만들 수 있다"며 "많은 이들이 3D 프린팅의 매력을 알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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