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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민일보]아버지 삶·작품 안내인 자처한 딸
  • 창동예술촌
  • 2021.04.20 10:30:27
  • 109

    [2021. 04. 19일 보도]

     

    괴암 김주석 유족 김은주 씨
    창원 창동예술촌 전시장서
    매일같이 직접 도슨트 역할
    "많은 이가 오래 기억해주길" 

     

    사천시 용현면에 사는 고 괴암 김주석(1927~1993) 선생의 큰딸 김은주(69) 씨는 지난 2일부터 창원 마산합포구 창동예술촌 아트센터 2층 전시실을 일주일에 5번 정도씩 찾는다. 작품을 보려고 들르는 관람객들을 위해 도슨트(Docent·관람객들에게 전시물을 설명하는 안내인) 역할을 자처하고 있어서다. 전시 안내 책자도 나눠주고, 자서전도 준다. 오전 10시에 도착해서 오후 4시까지 하루 6시간가량 전시장에 머물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게 요즘의 일상이다. 그가 창동예술촌을 거의 매일같이 찾게 된 배경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작품전이 이곳에서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창동예술촌 아트센터 지역작가 조명전 '휴머니스트 괴암 김주석 자유를 꿈꾸다'전이다.

    지난 14일 만난 그는 "어려서부터 아버지를 정말 좋아했다. 아버지의 전시가 열리기 시작한 뒤부턴 계속 여기를 찾고 있다"며 "그림을 전공했던 동생도 많은 분이 전시장에 와서 아버지를 잘 기억해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거의 매일 오고 있다"고 말했다.

    ▲ 괴암 김주석 작 '신비의 탄생(1993)'.  /창동예술촌 아트센터

    ▲ 괴암 김주석 작 '신비의 탄생(1993)'. /창동예술촌 아트센터 

    김은주 씨의 아버지 김 선생은 진해 경화동 출신으로 항일 운동가이자 미술 교사, 그리고 마산미술 1세대 화가로 활동했다. 그는 1943년 경성전기학교(현 수도전기공업고등학교) 재학 시절 비밀 항일결사대인 학우동인회를 조직했다는 이유로 헌병대에 끌려가 모진 고문을 겪었는데, 생전엔 고문을 당한 사실이나 항일운동에 참여했던 일을 가족들에게 일절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타계 이후 선생이 남긴 고문 기록과 그림이 뒤늦게 발견되면서 그제야 그간의 활동이 알려지게 됐다.

    김 선생은 2018년 8월 항일 독립운동 공을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 수상을 하는가 하면, 창원시로부터 독립운동 명문가 인증서를 받기도 했다. 1955년엔 마산 최초 미술단체 '흑마회' 창립회원으로 전국 최초 가두 전시회를 열었고, 한국미술협회 마산지부장을 지내며 지역 미술 진흥에도 기여했다. 지역에서 수많은 제자를 길러내며 지금도 '영원한 미술 선생님'으로 많은 이들에게 오랜 기간 기억되고 있기도 하다.

    ▲ 괴암 김주석의 딸 김은주(왼쪽) 씨.  /창동예술촌 아트센터 

    ▲ 괴암 김주석의 딸 김은주(왼쪽) 씨. /창동예술촌 아트센터 

    김은주 씨에게 아버지는 항일운동가나 교사, 화가이기 이전에 따뜻하고 다정한 분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아버지가 젊은 시절 고난을 겪었던 일에 대해선 아무 말씀을 하지 않으셔서 전혀 알지 못하고 컸다. 평소 말씀이 없으셨다. 힘든 점은 내색하지 않는 분이었다. 항상 다정했고, 그런 모습만 우리에게 보여주셨다."

    이번 작품전은 괴암 김주석기념사업회와 유가족의 도움으로 마련된 전시다. 전시장엔 김주석 선생의 얼굴을 그려놓은 작업 '자화상(1960)'을 비롯해 입을 벌리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형상이 돋보이는 '경사(1978)', 서로 얼굴을 맞대고 부둥켜안고 있는 가족의 모습을 그린 '재회(1986)' 등 작품 20여 점이 걸렸다.

    "아버지를 모르는 분이 많아서 전시 안내도 하고, 지금까지 김주석기념사업회에서 했던 세미나 자료나 작품전 도록도 주면서 알리고 있다. 아버지의 작품이 수장고에 1000여 점이 있는데, 습기가 차고 관리가 잘되지 않고 있다. 시간이 더 늦기 전에 하루빨리 보존할 방안이 나와야 한다. 앞으로 얼마나 살게 될지 모르겠지만, 죽기 전에 아버지의 자료를 잘 정리해놓아야 하지 않겠나 생각하고 있다."

    30일까지. 창동예술촌 아트센터(055-222-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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